
Prologue. 스튜디오 잉의 시작
일을 하다보면 스튜디오 잉을 왜 시작하게 되셨나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답변을 하려고 보니 그만 버퍼링에 걸립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좋을지도 모르겠고, 한 마디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작 자체는 생각보다 사소했거든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계기가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보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글은 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가 왜 스튜디오 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지금까지도 계속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모두가 마음을 말하기 어려웠던 시간
스튜디오 잉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고, 사람들 간의 거리는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급격히 멀어졌던 사건이었죠.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알 수 없던 시간 속에서 모두가 고립감과 우울, 불안의 감정을 깊게 경험했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지금보다 ‘마음의 상태’를 말하기 어려웠던 사회 분위기를 떠올리며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2019년까지는 문화기획 스타트업에서 일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었고 의미있는 일이었기에 즐겁고 만족스러웠지만, 번아웃이 크게 왔어요. 일을 계속하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소진된 상태였고, 결과적으로 2020년 초에는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가족의 일을 도왔지만, 내가 가고 싶은 방향과 전혀 다른 곳에 서 있다는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일상을 잘 쌓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 : 어른들을 위한 감정카드 프로젝트
그러던 즈음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업과 다른 캐릭터로 자신의 정체성을 쌓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저도 작게나마 뭔가를 직접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2020년 10월의 어느 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친구 선화에게 물어봤습니다.
“언젠가 꼭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게 있니?”
잠시 고민하던 선화는 감정카드를 떠올렸습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이모티콘 작가로 일하던 선화는 이모티콘을 통해 감정표현을 알려주는 강의도 하고 있었거든요. 수업에서 사용하는 감정카드가 아쉬워서, 언젠가 본인이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얘길 꺼냈습니다. 기획자이자 마케터의 커리어를 쌓아왔던 저는 그 말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럼 우리가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다음 날 바로 메모장 앱을 열고 기획안을 적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작성했던 기획안
감정카드를 만들기 위한 리서치를 하다보니, 질문은 자연스럽게 넓어졌습니다. 이 카드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될까. 왜 어른이 될수록 감정을 꾹꾹 누르며 지내게 되는 걸까. 한국 사회에서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 다뤄져 왔을까. 조사를 하면 할수록 질문은 카드 하나를 넘어, 감정의 역할과 감정표현 문화, 그리고 정신건강의 요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배워본 적이 없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학과 영어, 국어는 배웠지만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갈수록 감정에 대한 사회적인 오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한국 사회의 감정 : 화나 슬픔은 억누르는 것이 성숙한 태도이고, 감정을 꺼내는 일은 유아적이고 미숙한 행동이라 오해받음.
과학적 사실 : 방치되고 억눌린 감정은 스트레스와 질병으로 이어짐.
위와 같은 인식과 실제 지식의 차이를 알게되니,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한 콘텐츠와 도구가 세상에 더 많아지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자는 결심과 행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실험실의 기록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감정카드 하나'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리서치를 거듭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사람들의 반응을 들으면서 우리의 관심은 점점 확장되었어요. 이 지점에서 스튜디오 잉은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외로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났었는데, 그 때 떠올린 질문이었습니다.
감정이 정말로 극복해야 할 문제일까? 감정은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인데...
다루는 법을 배우고 나면, 삶을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자원이 아닐까?
우리는 감정을 분석하거나 교정하고 평가해야 할 대상이 아닌, 삶을 이어가도록 도와주는 동력으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사들이나 해야 할 일이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그 바깥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담실이나 진료실처럼 무겁고 어려운 느낌이 아닌, 감정에 대해 쉽고 친숙하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문화와 콘텐츠가 더 많아지고, 커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이요. 감정은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마주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감정을 다루는 다양한 방식과 도구를 실험하고 창작하는 공간으로서 ‘스튜디오 잉’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울고 싶을 땐 울어요 잉잉잉!
스튜디오 잉의 로고는 떨어지는 눈물 3개를 형상화한 것이랍니다.
Outro. 마음을 이야기하는 아카이브
앞으로 이 아카이브에는 그 때 느꼈던 감정과 질문들이 이제까지 카드, 콘텐츠, 워크숍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기록해 나가려고 합니다. 감정을 조금 더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자기 마음을 다루는 법을 배워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이 기록을 따라와 주세요.
To be continued !
글 | 우희
Prologue. 스튜디오 잉의 시작
일을 하다보면 스튜디오 잉을 왜 시작하게 되셨나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답변을 하려고 보니 그만 버퍼링에 걸립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좋을지도 모르겠고, 한 마디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작 자체는 생각보다 사소했거든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계기가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보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글은 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리가 왜 스튜디오 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지금까지도 계속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모두가 마음을 말하기 어려웠던 시간
스튜디오 잉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고, 사람들 간의 거리는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급격히 멀어졌던 사건이었죠.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알 수 없던 시간 속에서 모두가 고립감과 우울, 불안의 감정을 깊게 경험했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지금보다 ‘마음의 상태’를 말하기 어려웠던 사회 분위기를 떠올리며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2019년까지는 문화기획 스타트업에서 일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었고 의미있는 일이었기에 즐겁고 만족스러웠지만, 번아웃이 크게 왔어요. 일을 계속하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소진된 상태였고, 결과적으로 2020년 초에는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가족의 일을 도왔지만, 내가 가고 싶은 방향과 전혀 다른 곳에 서 있다는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일상을 잘 쌓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 : 어른들을 위한 감정카드 프로젝트
그러던 즈음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본업과 다른 캐릭터로 자신의 정체성을 쌓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저도 작게나마 뭔가를 직접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2020년 10월의 어느 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친구 선화에게 물어봤습니다.
“언젠가 꼭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게 있니?”
잠시 고민하던 선화는 감정카드를 떠올렸습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이모티콘 작가로 일하던 선화는 이모티콘을 통해 감정표현을 알려주는 강의도 하고 있었거든요. 수업에서 사용하는 감정카드가 아쉬워서, 언젠가 본인이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얘길 꺼냈습니다. 기획자이자 마케터의 커리어를 쌓아왔던 저는 그 말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럼 우리가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다음 날 바로 메모장 앱을 열고 기획안을 적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작성했던 기획안
감정카드를 만들기 위한 리서치를 하다보니, 질문은 자연스럽게 넓어졌습니다. 이 카드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될까. 왜 어른이 될수록 감정을 꾹꾹 누르며 지내게 되는 걸까. 한국 사회에서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 다뤄져 왔을까. 조사를 하면 할수록 질문은 카드 하나를 넘어, 감정의 역할과 감정표현 문화, 그리고 정신건강의 요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배워본 적이 없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학과 영어, 국어는 배웠지만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갈수록 감정에 대한 사회적인 오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한국 사회의 감정 : 화나 슬픔은 억누르는 것이 성숙한 태도이고, 감정을 꺼내는 일은 유아적이고 미숙한 행동이라 오해받음.
과학적 사실 : 방치되고 억눌린 감정은 스트레스와 질병으로 이어짐.
위와 같은 인식과 실제 지식의 차이를 알게되니,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한 콘텐츠와 도구가 세상에 더 많아지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자는 결심과 행동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실험실의 기록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감정카드 하나'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리서치를 거듭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사람들의 반응을 들으면서 우리의 관심은 점점 확장되었어요. 이 지점에서 스튜디오 잉은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외로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났었는데, 그 때 떠올린 질문이었습니다.
감정이 정말로 극복해야 할 문제일까? 감정은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인데...
다루는 법을 배우고 나면, 삶을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자원이 아닐까?
우리는 감정을 분석하거나 교정하고 평가해야 할 대상이 아닌, 삶을 이어가도록 도와주는 동력으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사들이나 해야 할 일이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그 바깥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담실이나 진료실처럼 무겁고 어려운 느낌이 아닌, 감정에 대해 쉽고 친숙하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문화와 콘텐츠가 더 많아지고, 커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이요. 감정은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마주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감정을 다루는 다양한 방식과 도구를 실험하고 창작하는 공간으로서 ‘스튜디오 잉’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울고 싶을 땐 울어요 잉잉잉!
스튜디오 잉의 로고는 떨어지는 눈물 3개를 형상화한 것이랍니다.
Outro. 마음을 이야기하는 아카이브
앞으로 이 아카이브에는 그 때 느꼈던 감정과 질문들이 이제까지 카드, 콘텐츠, 워크숍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기록해 나가려고 합니다. 감정을 조금 더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자기 마음을 다루는 법을 배워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이 기록을 따라와 주세요.
To be continued !
글 | 우희